이 글은 카테고리를 '조금 긴 댓글'로 보내야 하겠지만 댓글을 쓰다보니 좀 길어졌고, 원래 비슷한 내용으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댓글을 그대로 가져와서 내용을 보강한다.

내용은 전자책, 그 가운데에도 디지털 교과서에 좀 더 집중하여 고민한 결과이다.

발단은 Enits님의 댓글로부터 시작되었다.
Enits님: 제게는 디지털 교과서에 관한 글을 두고 한컴 그룹웨어에서 유입이 좀 있었죠. 시비의 요소는 없긴 했지만 신경은 좀 쓰이더군요.
ㄴ>mahabanya: 교과서는 어서 디지털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애들 가방도 가벼워지고, 요즘 멀티미디어 시대에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도 활용할 수 있구요.
ㄴ>Enits님: 제가 쓴 글을 읽어 보시면 현재 디지털 교과서 추진이 가지는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합니다. 생각과 달리 핑크빛 환상이 아닙니다. http://camelian.tistory.com/240
ㄴ>mahabanya: 댓글 달았습니다. 정부의 방향은 분명히 잘못되었지만 디지털 교과서는 방향과 정책만 잘 수립하면 매우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4번째에 댓글이라는 것은 아래의 내용이었다.
모두 교육에서 뭘 '팔아먹을 생각'만 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콘텐츠 확보가 아니라 콘텐츠의 자발적 생산과 확산에 방점을 찍으면 상당부분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뭘 자꾸 팔고/사고 그래야 커미션도 받아먹고 로비도 좀 하고-_-;;;

발상을 바꾸면 종이책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각종 사전과 노트를 1kg도 안 하는 디바이스에 마음대로 담을 수 있으니까요. 사실 그 디바이스는 파일의 포맷과 입출력을 위한 장치만 좀 고민하면 비싼 장비일 필요도 없습니다. 막말로 아이폰으로도 이미 충분하죠. 앞으로 전 세계에 풀릴 안드로이드폰도 마찬가지고... 사실 킨들이나 아이리버의 이북도 '파일 형식'만 확인 가능하면 그 장치가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좀 다른 방향으로 디지털 교과서/책에 대해서 썰을 풀어보고 싶군요.

정부에서 추진하는 타블릿PC는 삽질 맞습니다. ㅎㅎ


역시 Enits님이 다른 방향의 접근 방식을 소개하며 다른 글을 추천해 주셨다.

아래는 위의 '다른 글'에 달았던 댓글에 내용을 보강/추가한 것이다. 댓글 말투이다. 갑자기 어투가 바뀌는 것은 적당히 감안...

재미있는 아이템이지만 역시 접근 방식이 어중간하다고 생각합니다;;;

디바이스 종속적이지 않고, 지속 가능한 컨텐츠 생산과 공유. 그리고 컨텐츠의 생산과 공유의 보람(그것이 금전적인 도움이든지 명예를 높일 수 있든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고 콘텐츠의 양식을 고민하고(지금은 거의 pdf와 플래시/실버라이트, 그리고 몇몇 이북 포맷으로 정리되는 모습이긴 합니다만), 해당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디바이스는 업계 자율에 맡겨서 자유 경쟁을 시키는 것이 방향으로는 옳다고 생각합니다. 소견이긴 합니다만.

즉, 정부나 기관에서는, 그리고 더불어 '출판사'에서는 어떤 방향의 아이디어를 내든지 디바이스 종속적이면 안 됩니다. 고민할 것은 오로지 지속적인 컨텐츠의 자유롭고 편한 생산과 공유. 그것을 위한 아주 약간의 인센티브와 필요한 경우의 강제성1 입니다. 소프트웨어나 인프라(전자출판 시대를 대비한 시스템, 쉽게 얘기해서 전자책=파일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얼마에 콘텐츠를 풀 것인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이 끝나고 방향만 결정되면 하드웨어는 산업계가 알아서 움직입니다. 디바이스 개발하라고 돈을 줄 이유가 1피코메가톤2 도 없습니다.

출판사는 양질의 콘텐츠를 라이센스하여 전자파일의 형태로 팔 수도 있겠고(쉽고 편하고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같이 고민해야죠. 사실 이게 전 핵심중 하나라고 봅니다. 쉬운 검색, 편한 결제.)

교사든 개인이든 교육 콘텐츠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기존의 방식3 을 사용하여 원하는 자료를 만들 수 있게 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자료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툴을 만들어 제공할 것이고 누군가는 만들어진 자료를 한 곳에 모으고 카테고리별로 정리를 할 것입니다. 컨텐츠를 만드는 환경이 불편하면 누군가는 그 불편한 것을 편하게 만들 것입니다.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안 해도 말이죠.

누구는 이북을 만들고, 누구는 핸드폰에 해당 기능을 우겨 넣고, 누구는 전자사전에 포함하고, 누구는 타블렛을 고민하고...
소득수준에 따라서 저가의 단순 이북 형태도 나올 것이고(지금이야 가격이 30만원을 넘지만 대량생산만 되면 10만원 이하가 될 것입니다. 거기다 새 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은 완벽히 재활용됩니다.), 보다 고성능의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제품도 나오겠지요.

출판사의 지금 입장은 약 10년 전의 음반기획사/제작사와 똑 같다고 봅니다. 새로운 디지털 음원이 나왔을 때 음반기획/제작사가 머리를 맞대고 mp3파일의 적정 가격을 고민하는 것과 불법 다운로드에 불평 불만만 토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도 편하고, 음악하는 사람도 이득을 보고, 자신들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이를테면 애플의 아이튠즈같은 시스템을 고민하는 것이죠) 음악산업의 10년 불황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북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출판사에서 겁내지 않고 이북 파일의 최소한의 양식/형식을 통일하고(이를테면 페이퍼북과 같은 단순 텍스트버전, 일반 책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텍스트+일러스트(또는 사진)가 포함된 버전, 텍스트+일러스트+오디오북이 포함된 버전, 텍스트+영화화된 소설의 동영상, 텍스트+동영상+스크립트, 텍스트+점자 등)을 고민하고 라이센스 문제를 해결하고, 쉽고 간단한 도서 검색과 결제를 고민하고 한다면4 출판업계는 한 단계 더 도약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아마츄어 작가(요즘은 블로거가 되겠죠)의 글을 감수/교정해주는 비용을 받고 전자책의 형태로 만들어 수익이 발생하면 해당 수익을 나누는 서비스 모델도 생각해 볼 수 있고(지역 인쇄/복사소랑 연계하면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결제를 통해 하드카피 서적을 만들 수 있게 할 수도 있죠), 오디오 북의 경우 아이돌 스타의 목소리로 녹음해서 판다던지(교육적인 목적으로 이 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습니다만), 아얘 동영상을 만들어 아이돌 스타가 책을 읽은 감상까지 판다던지, 일반인의 경우 녹음 파일을 전해주는 조건으로 공짜로 책을 받는다던지5 ...

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제가 IT쪽에 발을 담근지 오래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저도 종이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전자책의 시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산화탄소배출량에 대한 고민과 같은 환경에 대한 고민까지 겹치면 종이매체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예전에 모 회사 CEO가 전자문서가 도입되면 종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견이 틀린 것은 그것이 '모바일'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그랬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책/문서를 특정한 자리에 앉아서 읽지 않죠.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니며 읽어야 합니다. 즉, 종이가 줄어드는 환경은 완벽하게 책을 읽을 장소가 '모바일'이 아니면 될 수가 없습니다. 당장 지하철에서 전자책을 읽겠다고 2kg에 육박하는 노트북을 켜 놓는 상황을 생각해 봐도 뻔합니다. 차라리 20~30장, 혹은 출력후 제본해서 가지고 다니며 봅니다. 그러니 전자책이 되어도 종이의 사용은 늘어만 간 것이죠.)

사람들이 지금은 디바이스의 성능과 디자인에 집중하는데 사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이런 동영상과 같은 '컨셉'입니다. (영어 자막버전을 찾았고, 동영상은 48초경부터 보시면 됩니다. 앞에는 그냥 까만 화면이라.)


제가 고민했던 많은 부분이 사실 이 10여분의 동영상 안에 거의 다 담겨있습니다.

전자 노트에 대한 고민은 MS에서도 열심히 했나 보군요.


국내 출판사에서 이런 미래를 고민하고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동영상의 제목이 '가능 혹은 아마도'입니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가?라고 물으면서 결국 뉴앙스는 아마도 이런 세상이 오고 말거야...라는 식입니다.

흑백 전자잉크로 쓰여져 있는 킨들이나 아이리버의 스토리, 전형적인 노트북/넷북/타블렛, 핸드폰이나 mp3p/pmp/전자사전처럼 소형 모바일 디바이스의 ebook기능,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혹은 PDA폰등에 내장되고 있고 결제시스템까지 내장된 ebook/오디오북.

이런 디바이스에 홀려서 '장치'에 집중하면 출판사도, 정부 정책도 모두 산으로 갑니다.
디바이스는 그냥 자유 경쟁에 맡기면 됩니다. 디바이스 표준화는 말이 안 됩니다. 차라리 출판사에서는 작고 가벼운 웹브라우져가 내장된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봅니다. 전자책의 편집도 인터넷에 올리는 문서 편집하듯 할 수 있고, 기존 인터넷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도, 사용자도 편합니다. 어떤 사업자(통신사, 제조사)에게도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판사나, 국민 교육에 고민을 해야하는 정부기관에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다음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 쉬운 콘텐츠 제작
        새로운 제작 방식을 요구하면 안됩니다. 기존의 제작방식을 돕거나 기존 제작된 것을 유연하게 변환하는 툴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업계가 알아서 하도록 하면 됨.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

- 쉬운 콘텐츠 검색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원하는 전자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제목, 저자, 출판일, 다운로드 수, 서평, 본문 내용, 키워드, 평가, 감상문 등으로부터 직관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검색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콘텐츠 유통
        다운로드 방식, 보안, DRM, 암호화, 저작권, 그리고 가격 등이 같이 고민되어야 합니다. 손놓고 있으면 제조사, 통신사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운로드 방식은 무선이 대세가 될 것입니다. 유선 방식은 현 시점에서 생각도, 고려도 하지 마세요. 방식은 다음을 필수로 고려해서 장단점을 파악해서 가져가야 합니다.

위에 선보인 컨셉 동영상과 같은 방식을 위해서는 RFID와 다차원 고밀도 바코드가 고려 대상입니다.
+ RFID(결제를 돕는 방식이 될지, RFID칩 자체가 컨텐츠를 담게될지는 추세를 봐야 하겠지만)
+ 2차원 바코드(최근 재미있는 연구 결과: MIT의 보코드(bokode=boke barcode)의 동영상을 확인)

무선통신을 이용할 경우는 셀룰러망과 무선인터넷망을 고려해야 합니다.
+ 무선통신망(기존 2.5G, 3G, 4G망을 이용합니다. 이 경우 RFID와 바코드는 결제와 관리를 위한 보조수단이 됩니다. 통신사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함.)
+ 무선인터넷망을 고려해야 합니다(WiFi, Wibro등).

- 콘텐츠의 결제
        무조건 쉽고 안전하고 빠른 결제여야 합니다. ActiveX나 IE기반은 꿈도 꾸지 마세요.
        아무리 복잡해도 아이폰/아이팟 터치 스타일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격은 하드카피보다는 싸야겠지요. 제조/유통/재고 마진이 빠지니까요.

- 콘텐츠 생산의 동기부여
        추가적인 기능으로 결제시 실시간으로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몪과 수입을 알려주는 것도 콘텐츠 제작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용 콘텐츠 동영상 하나를 학생/교사들이 뿅 가게 만들었더니 일은 하루 이틀 투자했을 뿐인데 콘텐츠 다운로드 수입이 수 백만원 이상이더라(200원x5000명 정도만 되어도 100만원 정도인가요?) 라는 소문이 나면 현직 교사, 학원 선생, 대학생, 심지어 일반 학생들도 콘텐츠 제작에 참가하지 않을까요? 출판사에서는 라이센스를 갖고 그 퀄리티를 보증하기만 하면 되는거죠. 생각해 보면 이런 콘텐츠 거리는 무지하게 많습니다. 각종 용어에 대한 정리, 실제 사진, 각종 동영상, 짧은 인상깊은 강의까지 굳이 '문자'에 집착할 필요도 없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번역본도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TED를 확인하세요.

- 콘텐츠의 양식
        전자책에서는 파일 양식이 되겠죠. 제가 생각하는 궁극의 형태는 웹표준을 지원하는 웹문서 양식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응용하는 것입니다. 디바이스가 웹브라우져 형태로 가는 거죠. 위에 선보인 동영상의 이북 기능을 실제로 모두 할 수 있습니다.



디바이스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끌려다니면 출판사는 10년 전의 음반사꼴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위와 같은 것을 고민하고 업체측에 '이런 방식으로 만들면 콘텐츠를 제공할 용의가 1000%다'라고 리드해 가야 합니다.

IT의 갈라파고스 섬이 되다보니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가 감지가 안 되시는 분들이 늘어만 갑니다.


좋은 발아점을 제공해 주신 Enits님께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Enits님은 출판쪽 특히 교육 관련 출판쪽에서 편집관련 일을 하시는 분 같습니다. 교육, 출판 관련 좋은 아이디어를 전달할 창구로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저희들이 늙어서 노동력을 상실하면 결국 우리들을 부양해야 할 사람은 지금 학교에 있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즐겁게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이렇게 얘기하니까 굉장히 나이가 많게 느껴지네orz).


ps. 전자책으로 방향이 잡혔을 때, 펄프제조사/제지사/인쇄사/잉크사/창고업/유통업은 책과 관련하여 예전같은 활황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본'이나 핸드메이드 양장, 혹은 선물용 하드카피는 아날로그의 향수를 자극하여 소/중규모로 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ps2. 카테고리를 개똥철학으로 보낼까, 조금 긴 댓글로 보낼까 고민하다 IT/과학으로 보냅니다.

ps3. 본인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리버의 전자책 스토리를 구매할 생각이다. 아마도. 구매를 가르는 기준은 아이리버와 제휴를 맺었다는 교보문고의 '전자책'이 얼마에 팔리고 하드카피에 비해서 얼마나 늦게 나오느냐(언듯 듣기로 새 책 나오고 6개월 후에 e북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이러면 안 살지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교보문고의 일부 책만 e북으로 나온다면 e북의 성능과는 상관없이 콘텐츠 부족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뭐, 나야 pdf로 된 논문 담아놓고, 각종 오피스 문서들 담아놓고 보는 용도로만 써도 괜찮지만. 그리고 e북 결제가 복잡하고 다운로드가 어려우면 심각하게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ps4. 아이리버의 스토리는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 콘텐츠 구매가 쉽다거나 원하는 콘텐츠 구하기가 쉽다거나 하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11월 말에 아이폰이 출시되었고, 아이폰으로 갈아탔다. 신세계를 만난 듯 했다. 아이팟 터치를 써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성능이나 앱의 기능, 특히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것은 기대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1년은 늦은 모델을 좋다고 쓰는 와중에 아이패드가 발표되었다. 아이패드와 관련된 글은 애플의 아이패드(iPad)는 애플 하드웨어 시리즈의 화룡점정에서 포스팅했다. 그런데 아이패드의 이북 기능은 아날로그 감수성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고 결제 문제도 해결한 훌륭한 놈이긴 하지만 화려한(혹은 기대에 못미치는) 겉모습 때문인지 이북(전자책)에 대해서 완전히(순전히 마하반야가 보기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이북은 '잘 다듬어진 콘텐츠'의 하나이다. 이 '책'이라는 것은 수천년간 텍스트+삽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최근의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오디오'가 추가 되는 식으로 형식을 달리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책'에 대해서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책도 결국 여러 고민을 통해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친 '글'과 '이미지'이고, 이 글과 이미지는 넓은 의미에서 사람들이 읽거나 보고 싶은 '콘텐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고전적인 '책'이라는 컨텐츠를 글, 그림, 고해상도 사진, 동영상, 음악, 다른 사람의 비평, 의견과 추천이 섞여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여전히 큰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출판사'는 별 생각이 없다. 당장 SK에서 추진하는 이북은 '대형 서점'과 이북 관련 계약을 체결하려 한다고 한다. 아이패드라는 콘텐츠 유통에 적절한 디바이스가 나와도 이를 도구로써 이용하지 못하고 해당 디바이스에 '종속'되지 않을까 싶다. 모두 남이 뭔가 해 주면 숟가락을 얹어서 기존의 기득권+새로운 시장을 다 먹으려고 하는 안일함이 만든 결과이다.

이제는 거의 돌이키기 힘들 것 같다. 킨들이든 쿠리어가 됐든 아니면 아이패드가 되었든...이북 시장은 시장을 지배하는 '메이저 제조업체'가 칼자루를 쥐었다. 전통적인 콘텐츠 생산자는 정말 '아무 생각 없고', 콘텐츠 편집/유통자(=출판사)는 뭐, 어찌 어찌 되겠지~ 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다. 구글은 '대의 명분(?)'을 갖고 전 세계의 종이책을 모두 디지탈라이즈 한다고 했고 그것을 진행중이다. 그런 시대인데 아직도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아날로그의 향수'에 기대는 정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 없다. 솔직히. 어떤 형태로든 정보는 유통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누군가는 콘텐츠를 만든다. 돈 때문이든 명예 때문이든. 그리고 그 컨텐츠의 가격은 제조/유통/재고관리에 따른 마진들만큼 저렴해진다. 저렴한 가격의 내가 필요로 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 즐길 수 있으면 제조사든 통신사든 누가 주도하든 상관 없다.

아...딱히 내가 아쉬울 것도 없는데 답답하다. orz

솔직히 말하면, 외국(특히 미국)의 글로벌 회사들(애플, 구글, 페이스북, 인텔)이 너무 잘나가서 속이 쓰리다. 그러면서도 난 그들이 만든 제품을 사고, 서비스를 쓴다. 적당히 좋은 정도로는 바꿀 생각이 없다. 그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전한 익명이라는 것이 인터넷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지만 '실명제'에 연연하여 '주민등록번호'등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시스템을 써야하고, 로비로 이뤄지는 것 같은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서비스'를 쓰라고 강요해 왔던, 경쟁을 얘기하면서 공공연하게 담합해 왔던 몇몇 회사들과 국내 사용자를 호구로 알았던 여러 정책들이 우리 나라 경쟁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무거운 족쇄를 채운 것이 맘이 아프다. 하도 귀와 눈을 막아서 이제 완전히 섬처럼 되어버린 현실이 orz

항상 하는 말이지만 인터넷에서 잘난척 떠드는 사람들의 권력? 그거 한 줌도 안 된다. 블로거가 트위터 서비스 괜찮다고 각종 논리와 데이터를 들이밀면서 글을 써도 공중파 한 시간짜리 방송의 파괴력에 비할바가 아니다. 어제 조모 신문 봤나? SM5 전면 광고를 게재하고 전면에 SM5에 대한 기사를 썼다. 솔직히 어느게 광고인지 구분이 안 될정도로 얼척이 없다. 그게 어느 시점에 나온 기사고, 어떤 사건이 인터넷에서 이슈인 상황에 나온 기사인지 관심있게 보는 사람들이 아니면 그냥 '세뇌'당하는 것이지.

그렇게 세뇌당한 사람들이 대다수고, 심지어 여러 정보를 다양한 소스를 통해서 얻고 있는 IT 긱들도 그 세뇌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뭐. 그들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눈 앞에 신세계를 보여줘도 직접 그것이 '현실'이 되기 전까지는 믿으려 하지 못하는, 안하는 사람들.





2009년 9월 17일 작성
2009년 9월 30일 vimeo에서 기즈모도발 MS의 Courier(쿠리어) 동영상 추가.
2010년 2월 2일 아이패드를 단순히 이북 리더인 아마존 킨들의 대항마 정도로 보는 시선이 꽤 있는 것을 읽고 아이패드와는 좀 다른 관점에서 이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다시 알리는셈 치고 넋두리나 다름없는 ps4. 추가해서 갱신.


  1. 이를테면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게 법령을 개정한다던가, 콘텐츠의 저작권 기간을 제한한다던가...머리 맞대고 고민해서 모두가 윈윈할 방법을 찾아야지요 [본문으로]
  2. 계산하면 1g입니다. 일종의 이공계식 말장난입니다. [본문으로]
  3. 현재로서는 플래시 동영상 제작, 기존 동영상의 플래시 변환, 오피스나 한글을 이용하여 자료를 만들거나 웹에 올려진 자료를 pdf로 변환 등 [본문으로]
  4. 기술적인 해결법은 널려있습니다. 파일을 내려받을 때 특정 암호화키를 사용하여 파일이 열리지 않도록 하고(다운 받은 것 만으로는 쓸 수 없음) 결제시에만 키를 알려줘서 열 수 있도록 한다던지 [본문으로]
  5. 선구매, 후 녹음파일 전달, 확인 후 구매금액 리펀드의 방식을 취할 수도 있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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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글은 안 씁, 아니 못 씁니다. 읽고 '이런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뭔가 좀 이상하지만 그럴듯해' 정도가 원하는 바입니다. 우호댓글 환영. 비판댓글 환영. 비난댓글 삭제. 관련 트랙백 환영(답방 100%). 추천은 땡큐. 링크 권장. 저작권은 지키려고 '매우' 노력함. UCC/CCL 콘텐츠 포함하지만 인용 및 유머 수준으로 사용. 뒷통수치는 고소고발 재수없음. 본 글은 마하반야에게 저작권 있습니다만 비영리를 전제로 상식적인 인용/발췌는 OK입니다

  1. 엘프화가 2009/09/17 14:54 답글수정삭제

    디지털교과서라...
    그런게 제대로 활용되는 세상. 쉽게 상상이 안가네요.. 간단히 책만 노트북으로 바뀌었다..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음성 미디어가 들어간다면, 각자 소리가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이어폰이나 지향성 스피커를 사용하게 될테고 선생님의 전자책과 학생들의 전자책이 연동되면 더 이상 칠판도 필요없겠죠. 시험칠땐 시험지 나누어주는 장면도 없고, 시험시간이 끝나면 실시간으로 점수/등수가 매겨질꺼고..
    졸업식이 되면 다쓴 전자책을 집어던져 부수는 진풍경도 나오겠네요.
    뭔가..망상만 잔뜩 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 차라의 생각

    Tracked from tzara's me2DAY 2009/09/17 17:33

    의외로 이북, 이북리더 관심있는 분들이 많은 듯해서 읽어보진 않았지만 글 하나 더 링크 소개합니다. 'eBook, 전자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잘못되어 보인다' http://ow.ly/pLyw

  3. 怪獸王 2009/09/17 20:14 답글수정삭제

    중간의 유튜브 영상 끝내주네요. 이북에 대한 관심도를 100% 끌어올린 멋진 영상이었습니다!!

    • mahabanya 2009/09/18 13:57 수정삭제

      제품 단품에 대한 홍보보다 이런 가능할 것 같은 미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동영상에도 나오지만 장치는 아무래도 상관 없죠. 저 정도 이북이 나오면 사람들이 안 사고는 못베길듯 ㅋㅋ

  4. 회색웃음 2009/09/17 22:49 답글수정삭제

    bottom up으로 읽어가다가 48초는 그냥 다 봤다능..

    멋진 interface네요. ^^;

    • mahabanya 2009/09/18 14:04 수정삭제

      매혹적입니다. 이북의 스펙보다도 '결제 시스템'이라던지 '사용 방법'이라던지 이런 것에서 영감을 많이 주는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cool한 인터페이스^^

  5. 이북? 디지털 콘텐츠? 종이 책을 넘어설 수 있을까

    Tracked from 테르미도르의 마지막 날 2009/09/18 14:05

    마하반냐 님의 글과 그 전의 댓글에 대해 보충과 해명을 위해 쓴 글이지만, 이북과 디지털 콘텐츠에 관한 기본적인 제 생각을 담았습니다. 1. 똑똑샘의 어중간함은 출판 업계와 IT 업계, 정확히는 이북/디지털 콘텐츠 업계 사이의 간극 사이에서 나온 절충안입니다. 애당초 절충은 어정쩡합니다. 이 솔루션은 콘텐츠를 만드는 출판사도 전자펜을 만드는 IT업체도 아닌 PDF 솔루션 업체에서 고안한 것입니다. 사실 PDF 자체가 어정쩡하죠. 문서를 디지털화했지만..

  6. Enits 2009/09/18 14:09 답글수정삭제

    여기서 제 블로그로 유입되는 건수가 적잖군요. 마하반냐 님이 꽤 인기 있는 블로거인가 봅니다. 그동안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

    • mahabanya 2009/09/18 14:15 수정삭제

      변방에서 놀면서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한답시고 주절주절거리는 블로그일 뿐입니다^^ 이런 마찰을 좋아합니다. ㅎㅎ

  7. 하나 2009/10/04 13:47 답글수정삭제

    원래 파란지붕에 사는 사람들이 좋은 걸 방향을 잘못 잡아서 망치는 게 한 두번이 아니잖아요. 이번 e북도 방향을 잘못 잡은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 mahabanya 2009/10/05 01:24 수정삭제

      이번에는 '정부'에서 방향을 잡은 것은 아니니까;;;

      어찌되었든 해당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현실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은 500원 겁니다-_-;;

  8. 한국형 OLPC 디지털 교과서를 주장한다. (IT사회공헌)

    Tracked from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 2009/10/07 14:22

    1. 사라진 OLPC 2006년 이후로 OLPC에 대한 이야기가 뚝 그쳤고, 간간히 검색해보면 몇가지 리눅스 소프트웨어만 눈에 띌 뿐이다. 2009년 하반기에넷북에 있을 3D도입, 더 작아지고 싼값과 네트워크 OS등의 다이나믹한 변화에 비하면, 넷북의 근원이 되었던 OLPC운동은 초라하기

  9. louis 2009/12/11 10:20 답글수정삭제

    Enits님의 오랜 경험의 "포스"가 느껴지는 포인트들이었습니다. 약간은 시니컬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아마도 동일한 목표점으 갖고 있지 않나 싶네요. IT/교육/출판/방송이 제가 지향하는 키워드거든요....

    좀 더 들러 보아야 겠네요..

    • mahabanya 2009/12/11 11:59 수정삭제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 더 많이 바뀔 것이 확실해서 기존 잣대로 판단하려다보면 잡을 수 있는 것도 놓치기 쉽다는 부분을 건드리고 싶었습니다. Enits님처럼 그 업계에 계신 분이 열린 마음으로 의견도 다양하게 듣고, 동향도 살피고, 더불어 자신의 의견과 희망사항도 밝히고 그래서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근데 그런 솔루션을 찾는데 가장 협조적이어야 할 단체가 가장 안일해서;;;

      얼마전 루퍼트 머독의 글 보고 좀 어이가 없더군요. 꼭 어느나라 대통령처럼 과거에 매몰되어 살아가시는 양반같아서;;

  10. 숲속얘기의 생각

    Tracked from fstory's me2DAY 2010/02/02 10:05

    전자책에 관한 좋은 포스팅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아이패드가 아니라 컨탠츠다.

  11. 숲속얘기 2010/02/02 10:08 답글수정삭제

    멋진글 트랙백 받아서 감사합니다. 완전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라고 봅니다. 안한다면 결국 외국의 누군가가 하고 유통마진은 해외로 나가겠죠. 아이패드가 나온 시점에서 꼭 살펴볼 글인것 같습니다.

    • mahabanya 2010/02/04 18:46 수정삭제

      네. 문제는 실행이죠.

      외국에는 제조사가 출판사/저작자 눈치를 보는데, 우리 나라는 출판사나 저작자는 아웃 오브 안중이고 '유통업자'하고 거래하려고 하죠. 이것 부터가 NG;;;

      출판업계 현황을 어젠가 그제 봤는데...참담하더군요orz

  12. 블랙체링 2010/02/03 12:45 답글수정삭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왜 손에 쥐어지는 것만을 만들어 팔려고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명텐도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텐데, 전형적인 삽질철학에 앞으로 남은 몇년도 깜깜하기만 하군요...

    • mahabanya 2010/02/04 18:50 수정삭제

      소프트웨어는 '기본'이 충실하지 않고 '철학'이 없으면 제대로 된 물건이 절대로 나올 수가 없는데...

      뭐, 저력있는 개발자는 많이 있으니 아직은,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보는데 그 기회가 사라져버리고 영원히 묻히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긴 합니다.;;;

  13. 출판은 로또복권이 아니다. - 등록 출판사 90%가 `무실적`

    Tracked from Bookstore Lab. (책방연구소) 2010/02/03 14:32

    '출판은 로또 복권이 아니다'.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들어와야할 구역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신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1년에 1종도 출간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떠나는 것이 업계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약이다. 2010년부터 전자책도 본격적인 붐업이 되어가고, 출판컨텐츠에 대한 니즈가 급속도록 확대될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국내 저자발굴이 갈수록 아쉬워진다. 등록 출판사 90%가 `무실적` 작년 설립이 신고된 출판사 10곳 중 9군데가..

  14. yaong 2010/02/04 22:35 답글수정삭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하드웨어만 집착하고 소프트웨어(또는 컨텐츠)를 홍어X 취급하는걸 보면 마치

    "머릿속에 뇌가 아니라 창자가 들어가는 느낌"

    이랄까요.. 표현이 살벌한가..-_-

    • mahabanya 2010/02/09 17:20 수정삭제

      ㅋㅋ 내 머릿속 창자;;

      직설적으로 말하면 머릿속에 똥이 들었다는 뜻의 완곡 어법인가요? ㅎㅎ

      스포트웨어나 콘텐츠로 돈을 제대로 벌어본 경험이 없으니 그런거야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백만광년 차이가 있으니;ㅂ;

  15. 교보문고-삼성전자의 반격! 전자책 전용 단말기 SNE-60/60K 출시

    Tracked from Bookstore Lab. (책방연구소) 2010/02/09 14:44

    e-잉크 기반의 6인치 전용 단말기가 출시되었다. 아마존 킨들과의 차별점이라면 writing 기능 대표적이다. 가격에 대한 초기 거부감들이 강한 것 같다. 필수 실용기능만 탑재한 '베이직' 버전도 나온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 보는 것도 구매자들에겐 tip일듯 하다. 그나저나 attractive한 contents제공이 관건인데, 베스트셀러 1위 '덕혜옹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출판사들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kt가 협상중이라는 킨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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