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간 감상적일 수 있는 이야기.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이 뭔지도 잘 몰랐을 때 조차
우리는 소통에 목말랐다
그리고 글쓰기를 기본으로 하는 창작과 남이 창조한 콘텐츠의 비평은 자연스러웠다.


거대 기업이 등장하여 인터넷 망을 열심히 깔아
집집마다 고속 인터넷을 돈 몇 만원 내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기 전에도

2400bps 모뎀으로 접속하여 파랗거나 녹색인 화면에 뜨는 글씨를 보기 위해
복잡한 과정을 일일이 거쳐야만 했던 BBS시절 이전에도

개통하기 위해서 한 대에 100만원이 넘는 돈을 냈지만
지하에서는 통하지도 않던 핸드폰이라는 놈이 나오기 전에도

아니, 그 이전에 정말 반짝 유행했던 삐삐라는 놈이 있기 전에도

1000원짜리 노트 한 권에
'날적이' 혹은 '잡기장'
이라고 써서 방 한 구석(보통은 과방이나 동아리방, 혹은 교실)에 던져놓으면

누구는 거기에 일기를 쓰고
누구는 정치 비판을 하며 울분을 토하고
누구는 독서 후기를 쓰고
누구는 편지를 쓰고
누구는 사진을 현상하여 붙여놓고
누구는 신문기사를 오려 붙이고
누구는 영화를 추천하기도 하고
누구는 노래 가사를 적고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누구는 여행기를 쓰고
누구는 낙서를 하고
누구는 약속을 잡고
누구는 시를 쓰고
누구는 다른 사람 글 밑에 자기 의견을 쓰고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감상이나 비평을 남기고
가끔은 알듯 모를듯 아리송하고 애매한 사랑고백을 하고



그래
미니홈피가 유행하기 전에도
블로그가 유행하기 전에도
트위터가 뜨기 전에도
우리는 언제나 소통에 목말랐다
글쓰기에 목말랐다
비평에 목말랐다

그냥 도구가 조금 바뀌었을 뿐

지금은 날적이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생긴 말이 아니냐는 지식이 돌아다니지만
날마다 적는다는 날적이
아무거나 적는다는 잡기장
이것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쓰기' 와 '창작'에 목말라 있는 동시에
'소통'을 갈구하는 사람들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20년도 전부터 블로그(weB LOG)와 비슷한 노트로그를 하고 있었으며
그것도 자그마치 '팀블로그'와 컨셉이 비슷한 '집단 창작'이었고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은 심지어 관계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마음대로 읽고 적을 수 있는
오픈 소셜 네트워크를 지향하였으며
자신의 이름을 적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신의 필명만 남기고 아무도 없을 때만 글을 써서 완벽한 익명으로 활동할 수도 있었던

민주적이고 사회적이며 지적이고 유희적인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제 도구의 발달로 그 범위가 수 십~ 수 백에서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로 확대되었을 뿐

이 욕구는 어쩔 수 없다.
막을 수 없다.

돌아다니다 날적이에 대한 추억(?)과 관련한 글을 읽고 갑자기 삘받아서 후다닥.


덧말.
우리나라 인터넷이 이렇게 빨리 퍼지고 미니홈피와 블로그와 트위터가 유행하게 된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영향도 있었고, 오양사건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마추어 비평가가 프로 비평가보다 인기가 많은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전혀 신기하지 않다. 예전에는 글을 써도 카르텔에 들어가지 않으면 출판이 안 되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비용없이(오히려 돈을 벌어가며) 배포할 수 있는 시대니까.

써라. 써.
마구 써라.
쓰고 싶은 글, 생각
그리고 싶은 그림
들려주고 싶은 음악
찍고 싶은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란 사람이 생각하는 거라곤 근시안적이기 이를데 없어서
도대체 윈윈전략은 생각할 생각도 없는 듯 보임.

덧말 2. 사진 하나를 첨부하여 '사진의 추억' 카테고리에 넣을까 했는데 웹앨범에 올려놓은 사진이 어디 박혀있는지 모르겠다-_-;;(찾다 포기)


2009년 7월 29일 작성.
inuit님의 책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에 참가하려고 예전에 썼던 글을 찾아 띄우는데 편집으로 띄웠음
T-T
4개의 글이 관블 알리미에 쪼르라니 뜨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능;;; 200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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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글은 안 씁, 아니 못 씁니다. 읽고 '이런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뭔가 좀 이상하지만 그럴듯해' 정도가 원하는 바입니다. 우호댓글 환영. 비판댓글 환영. 비난댓글 삭제. 관련 트랙백 환영(답방 100%). 추천은 땡큐. 링크 권장. 저작권은 지키려고 '매우' 노력함. UCC/CCL 콘텐츠 포함하지만 인용 및 유머 수준으로 사용. 뒷통수치는 고소고발 재수없음. 본 글은 마하반야에게 저작권 있습니다만 비영리를 전제로 상식적인 인용/발췌는 OK입니다

  1. Briller Kate 2009/07/29 21:10 답글수정삭제

    1등 ^^

    왠지 힘이 나는걸요!
    마구마구 찍고 그리고 쓰고 싶어졌어요! ㅎ

  2. Joshua.J 2009/07/29 21:22 답글수정삭제

    왠지 장관님 좀 멋있는듯
    여러가지의미로

    • mahabanya 2009/07/29 21:55 수정삭제

      멋있다는 말이 다중적으로 쓰이죠.

      '자~알 했다' 가 실제로 잘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대~단하다' 가 실제로 대단해서 하는 소리가 아닐 수 있듯 ㅋㅋ

      사람들이 냉소적이고 염세적이 되면 안되는데-_-

  3. 궁시렁 2009/07/29 22:00 답글수정삭제

    추억의 단어 날적이와 BBS

    • mahabanya 2009/07/29 22:43 수정삭제

      추억의 단어이죠. 몇 년전에 동아리 기념식에서 후배들이 잡기장을 일일이 스캔해서 보존하려 했으나 20권이 조금 안되는 두터운 잡기장 스캔은...포기

  4. 류바리 2009/07/29 22:03 답글수정삭제

    그렇습니다. 우리는 늘 쓰면서 놀았죠.

    그 날적이가 남겨진 과방과 찻집이 사라지지 않고 거기 있어서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야하는 점이 좀 후덜덜하긴 합니다만.

    오히려 투박한 천원짜리 날적이에 마음이 푸근했고,

    쓰기도 보관도 쉬운 블로그 앞에서는 요즘들어 부쩍 주저주저하게 됩니다.

    후다닥 쓰인 글 덕에 저도 그 '삘'을 잠깐 공감해봅니다.

    • mahabanya 2009/07/29 22:47 수정삭제

      공감하시는 분이 좀 있어서 좋네요.

      날적이/잡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쓴 사람이 적당히 두꺼운 스프링 노트를 사와서 첫글을 쓰는 설레임도 상당한 것이었죠. 전 한 번 있군요. ㅋㅋ

  5. odlinuf 2009/07/29 22:08 답글수정삭제

    삐삐 말씀하시니 마지막에 쓴 삐삐 번호가 1721 이었어요. ㅎㅎ
    우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낀 세대. : )

  6. 부두인형 2009/07/29 22:22 답글수정삭제

    저는 수업시간에 친구들에게 쪽지를 쓰곤 했습니다.

    제물포 또 시작이다.
    담탱 바보.
    청소하지 말고 땡땡이칠까?

    그리고 그걸 선생님에게 걸릴까봐 항상 두근거리면서 스릴을 즐겼죠. 물론 수없시간에 딴 짓을 하는 건 나쁜 짓입니다. 하지만 조금 질 나쁜 쪽지 하나 썼다고 잡아다가 소년원에 보내려는 선생님도 자질이 떨어지는 것 같죠? 나쁘다고 분류된 나쁘지 않은 학생들은 지금 이 순간도 여러가지 쪽지를 생산해내고 있을 겁니다. ^ ^

    • mahabanya 2009/07/29 22:49 수정삭제

      맞습니다.

      전 쪽지가 난무하는 수업(그래도 수업은 열심히 듣습니다만)에서는 '선생님이 조금 더 수업 방법을 연구해서 쪽지보낼 생각을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강의를 할 수는 없는건가' 라는 생각도 했죠. 꼭 강의도 못하고 성격도 더러운 선생님들이 학생들 꼬투리 잡아서 스트레스 해소 하더라능 '_;

  7. cANDor 2009/07/29 23:38 답글수정삭제

    써라. 써.
    마구 써라.
    쓰고 싶은 글, 생각
    그리고 싶은 그림
    들려주고 싶은 음악
    찍고 싶은 사진


    끄덕끄덕끄덕 하다가 5번째 줄에서 띡! 멈췄삼..-_-!!
    아,, 나의 숨겨놓은 작곡 작사 실력을 뽐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음화화화화화화홧ㅡ_ㅡ/

    텍큐블로거 선배님~ 먼저 뽄을 보여 주시죵? ㅋㅋ

    • mahabanya 2009/07/29 23:53 수정삭제

      크하하핫

      그런 것은 능력자 횽들에게 부탁하시죵-_-;;

      아, 전자 드럼을 사서 연습을 할 생각을 1년 전부터 가지고 있는데... 지를까 말까 지를까 말까 고민만 3주 째;ㅂ;

    • cANDor 2009/07/30 00:14 수정삭제

      ㅋㅋ 고딩 때 악기 연주 실기 시험 준비하라 할 때,,
      드럼치고 싶다고 땡깡 부리다가,,
      결국 기타 사서 아르페지오 연주 했다죠..
      어찌나 안 어울렸는지-_-ㅋㅋ

      기억나는 코드 항 개도 없는 현실;;

    • mahabanya 2009/07/30 00:30 수정삭제

      드럼은 왠지 스트레스 해소가 될 듯 해서 ㅋㅋㅋ

      메이저 G, C 칠줄 압니다. 끆끆 기타에서는
      나머지 코드는 아이팟 터치를 켜봐야 ㅎㅎ

  8. 영민C 2009/07/30 15:25 답글수정삭제

    갑자기 예전의 모뎀 연결음 소리가 생각나네요. 띠~디 지이이이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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