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나빠서 현역을 못갔지만(이회창 아저씨만 아니었으면 시력으로 면제), 초등학교 시절부터
산
안경과 렌즈를 모으면 자동차 한 대는 너끈히 뽑을 만큼 시력이
나빠만
가던 마하반야지만 현대 과학과 의학의 도움으로 멀쩡한 시력을 갖게 되었다.
라식
수술을 한지도 어언 9년이 넘었다. 2000년 초에 했으니, 1999년 말이었나?
아무튼...
이것은 더럽게 눈이 나빴던 한 사람의 라식 수술 경험담.
(사진은
플리커에서 가져왔지만 원본은 아마도 워터마크에)
당시에 라식 수술은 말이 많은 수술이었다. 라섹은 언급도 되지 않았을 때이고, 정작 안과의사는 안정성 문제로 수술을 안한다느니, 10%는 눈에 이상이 생기느니, 수술한 누구는 각막이 떨어져 나갔다느니 하는 소문들과 무서운 이야기들이 있었다. 기본적인 부작용은 안구 건조증과 야간 빛번짐. 심각한 부작용은 각막 염증 등으로 인한 실명.
그런 위험한 이야기가 오갔을 때에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10년을 넘게 함께 해온 안경과는 작별을 하고 싶었고,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양 눈의 시력차가 심해지고 난시가 심해지면서 생기는 편두통 때문이었다.
난 아직도 수술할 때의 느낌과 감동을 80%이상의 일치감으로 재생할 수 있다.
안경을 벗으면 지나가는 한 사람을 보고 '저기 두 사람이 세 사람으로 보여'라고 말할 정도로 난시가 심했고, 2~3미터 앞의 사람 얼굴은 '당연히' 분간하지 못했으니까.
당시 나의 시력은 양눈 공히 -10디옵터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시력차이는 3디옵터에 육박했으며 난시도 -3 이상인...맨눈 시력을 측정하면 뭘 가리키는지 몰라서 그냥 0.1이라고 대충 체크되는 수준이었다. 안경을 써도 0.7~8을 왔다갔다 하는 시력. 거기다 성인이 되어서 성장이 멈추면 근시의 진행이 멈추는 것이 정상인데 성장이 멈춰도 시력이 계속 나빠지는 10% 정도의 케이스-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난시가 많이 끼어서 교정 시력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였으므로 상당히 심각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여러 검사를 하고 타고난 운(?)과 유전자(?)로 내가 정상인보다 무지하게 두꺼운 각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자그마치 850마이크로 미터 이상의 각막 두께를 자랑...참고로 일반인은 500~700마이크로미터 정도라고 했다), 난 엄청난 양의 각막을 깎아내고도 정상인에 육박하는 각막(약 500마이크로 미터)를 가질 수 있었음을 알았고, 이로 인해 큰 부작용 없이 지금까지 과학기술의 축복을 받은 상태로 잘 살아오고 있다. (약 10년 전에는 450마이크로 까지 깎아도 큰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요즘 보니까 500마이크로 이상은 남겨둬야 한다는 것 같다. 참고로 덜 깎으면 근시의 경우 시력 개선 효과가 덜하다)
당시의 수술 경험을 회고해 보자면
수술 전문의가 안약 몇 방울(마취제)를 눈에 넣고 10여 초를 기다린 뒤에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을 겸자같은 장치로 벌려 고정한다.
그리고 마취가 잘 되었는지 눈알을 만져본다. 으으
그 후에 1회용 절삭 도구로 각막을 잘라 젖혀 놓는다.
이후로는 수술용 레이저 도구의 빨간 빛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된다.
기계가 레이저를 조사하며 각막을 미리 계산된 각막 지형도에 맞게 깎아 나가는 동안 머리카락 타는 냄새와 비슷한 각막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리고 레이저 조사가 끝나면 의사는 각막을 덮어서 잘 펴준다.
각막을 도로 덮는 순간에 수술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의사의 얼굴이며 수술기계와 형광등을 보며 그 때 느꼈던 감동(?)을 아직도 느낀다.
한참 각막을 펴던 의사는 눈에 항생제로 추정되는 안약을 넣고 보호대를 씌운다.
(그림으로 보면 대략 위와 같은 과정: 사진은
네이트지식에서 가져왔지만 원저작권은 어딘지 모름)
그리고 왼쪽 눈의 수술 반복.
수술 총 시간은 30분이 채 안걸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체감 시간은 그보다 더 짧았다.
양 눈을 수술하고 희미하게 눈을 뜨고 회복실에 들어가서 마취가 깨길 기다리는 동안 느꼈던 두근거림과 수술이 잘 되었는지 궁금해하며 느끼던 약간의 초조함. 긴장감, 안도감.
그리고 집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와서 실눈을 뜨고 환한 길거리를 걸을 때의 뇌를 직접 자극하는 듯한 태양광.
마취가 풀렸을 때, 눈에 레몬을 넣은 듯 극심한 통증.
당시 라식수술 광고에는 수술 후 다음날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구라를 쳤지만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나는 일 주일을 집에서 뒹굴거리며 잠만 잤고 세수도 물수건으로 했고, 병원 나오라는 날 꼬박꼬박 나가서 검사 받고, 인공눈물과 항생제는 거의 정확한 시간에 넣어줬다.
한 달동안 항생제와 인공눈물을 가지고 다녔고 안과에서 넣으라는 시간에 맞춰서 넣어줬고, 거의 6개월을 대중 목욕탕, 수영장에는 얼씬도 안했다. 눈도 안비비고, 그 좋아하는 술도 거의 1년 가까이 안먹었다. 담배야 말할 것도 없고(간접 흡연도 싫어서 당시 내 주위에 담배피는 애들은 나와 만나면 담배를 못피워서 고생 좀 했지)
그렇게 관리를 잘 한 덕분인지 지금은 부작용 없이 완전히 내 눈이 되어 사물을 보고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야간 눈부심이나 빛번짐도 없고, 안구 건조증도 없다. 무리하면 눈이 침침하긴 하지만 그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터이고. 시력은 대략 1.0, 컨디션 좋으면 1.2도 보인다.
두꺼운 안경을 벗으니 인상이 달라보이는 것이 당연.
표정도 풍부해졌고.
아무튼 하고 싶었던 말은
현대 과학기술 만세~!!!!!!!!
첨담 의학기술 만만세~!!!!!!!!!!!
어이...결론이 좀 이상한데?
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