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문화...깍두기 문화...다 같이 어울려 노는 문화
조폭 깍두기가 아니라 놀이를 할 때의 깍뚜기를 얘기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나이 불문에 성별 불문, 그리고 인원수 불문의 놀이문화를 즐겼던 것이 떠오른다.
나는 잠실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약 25~10여년전 사이의 일이다.
그 당시 내가 살던 곳은 주공에서 만든 꽤나 큰 단지 가운데 하나로 특이한 것이 집의 평수가 모두 같았다. (요즘 아파트단지에 모든 집을 같은 평형으로 구성하진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같은 평형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사는 수준이 비슷비슷하다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으나
꼭 우리 아파트단지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 당시 놀이 문화는 '인정'이라는 것이 가득 있었다. 추억이니까 그렇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일단 놀이라는 것이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고도의 신체적 정신적인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놀이들이었다.
그 당시 했던 놀이들을 떠올려보면
나이먹기, 와리가리(지역에 따라 이름은 다르다), 다방구, 오징어, 3단뛰기, 술래잡기, 팽이치기, 딱지치기, 짬뽕, 야구, 정글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땅따먹기 (하나는 세 번만에 자기 집으로 들어오는 땅따먹기고, 다른 하나는 돌맹이 던져서 금 안밟고 뛰는 땅따먹기), 공기놀이, 고무줄 놀이, 각종 스포츠 등이 있다.
혼자 하는 놀이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저런 놀이를 할 때마다 적게는 5~6명, 많게는 20여명 이상의 아이들이 같이 참여하여 놀곤 하였다. 나이 구분도 거의 없었고, 성별 구분도 없었다. 유치원 다니는 애들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까지 다 어울려 놀았다.
학교 파하고 저녁만 되면 누군가가(항상 정해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놀고 싶은 사람이다.)
'XX 할 사람 여기 붙어라~!! 라고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들고 돌아다닌다.
집에 있다가도 그런 소리가 들리면 애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숙제를 못 끝내서 집에서 못나가게 하면, 부리나케 숙제를 마치고 뛰어 나온다. 혹은 한 시간만 놀다오겠다고 엄마를 설득시켜서 나오고야 만다.
해당 놀이가 하고 싶은 아이는 엄지손가락을 들고 있는 아이의 손가락을 붙잡으면 놀이에 참여할 수 있다. 사람이 더 필요하면 이제 손가락을 붙든 아이까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고 더 큰 소리로 놀이를 같이 할 사람을 부른다.
그렇게 아파트를 한 바퀴 돌고나면 놀이를 하기에 충분한 인원이 모인다.
그 놀이가 싫은 아이는 마찬가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 이름을 대면서 돌아다닌다.
그 놀이를 하자고 그런 사람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한 명씩 사람을 골라간다. 그러고나서 짝이 안맞으면 깍두기를 껴준다. (보통 가장 못하는 아이가 깍두기가 되지만, 간혹 매우 잘하는 아이가 깍두기가 되기도 한다.)
놀다가 새롭게 그 놀이에 참가하고 싶은 아이가 있으면 기존의 깍두기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편을 가른다. 놀이가 한 팀에 일방적으로 기울게 되면 즉석에서 트레이드를 하거나 잘하는 아이를 깍두기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놀이에 대한 룰을 잘 모르는 아이도 깍두기를 만든다.
깍두기는 사실상 게임에 영향력을 주지 않는 아이이다. 술래잡기를 할 때에는 잡혀도 술래를 시키지 않고, 짬뽕을 하면 공을 제대로 칠때까지 아웃이 되지 않으며, 오징어를 할 때에는 두 발로 뛰어다녀도 되고, 나이먹기를 할 때에는 나이에 상관 없이 죽지 않는다.
게임의 규칙을 모르는 아이도 일단 깍두기로 껴서 그냥 놀기때문에 게임의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놀이가 중단되지 않는다. 게임의 규칙은 같은 편에게 묻거나 스스로 요령껏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워 나가는 것이다.
깍두기가 어떤 행동을 잘못 취하면 주위에 있는 누군가가
'야!! 원래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라고 설명해 준다. 깍두기는 그렇게 규칙을 하나 둘 알아가고, 게임을 여러 번 하는 동안 깍두기가 아닌 정식 멤버가 될 수 있다. (맨날 깍두기로 남다가 어느 순간 실력을 인정받아 편가르기 할 때 더 먼저 지목되면, 그 아이는 그 놀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된다.)
분명히 게임을 잘 하는 아이들이 존재하지만, 그 아이를 시기 질투하지 않는다. 그 아이는 해당 게임을 잘 할 뿐이므로 다른 게임에서는 다른 아이가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잘하는 아이가 한 명 있으면 게중에 나이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아이의 중재로 그 아이보다 조금 못하는 아이 두 명을 한 명처럼 취급하여 편을 짜기도 한다.
분명히 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잘 못하는 아이가 존재하지만, 그 아이를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이 깍두기라도 그렇게 주눅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통 어린 아이들이나 해당 게임의 초보가 깍두기가 되기 때문에 곧 게임에 익숙해지면 깍두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놀이를 즐기곤 하였다.
자연스럽게 나이에 따라 대하는 행동도 배웠고
능력에 따라 다른 대우도 자연스러웠고
자신의 몸을 다루는 법을 익히고, 놀이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
너무 익숙해지면 새로운 규칙을 정하기도 하면서
어두워져서 공이 안보이고, 땅에 그어 놓은 선이 안보이고, 상대방 얼굴이 분간이 안될 정도가 되면 하나 둘 집으로 들어갔다.
잔디밭에서 놀면 경비아저씨가 잡으러 오기도 하고, 그러면 경비가 순찰을 잘 안도는 잔디밭의 정보를 공유하여 원정을 가기도 하고
아이들이 노느라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시끄러웠을텐데도
아무도 아이들이 노는 소리에 짜증을 내지 않았다.
간혹 수험생이 있으면 아이들 노는 소리에 민감하기도 하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집에서 아이들에게 하는 소리는
"여기 형아(혹은 누나)가 공부해야 하니까 다른 곳 가서 놀거라"
정도 였다.
그러면 또 재밌게도 아이들은 그 집 앞에서는 시끄럽게 놀지 않았다.
그 당시에 주차장이 있었지만 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별로 없는 차를 가지고 있는 집은 그 차를 상당히 애지중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 놀다가 공이 차를 맞히고, 아이들이 차를 만지고 놀아도 화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집에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을 것이고,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서는 그렇게 까칠하게 굴 이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기 아이가 놀다가 다른 집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아이들 놀다가 생긴 일에 신경 곤두세우지 말자라는 생각이 공유된 것이 아닌가 한다.
언젠가부터 동네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를 듣기 힘들어 졌다.
놀이문화가 너무나 많이 없어졌다.
다들 공부공부하면서 너무 야박해 졌다.
다들 제 자식만 이쁘지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것은 모른다.
잘하는 아이는 대우받고, 못하는 아이도 인정받는 놀이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은 노는게 배우는 거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는 말은 말 그대로 젊어서 놀아봐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놀이문화가 어느샌가 폐쇄된 공간의 노래방, 피씨방, 비디오방으로 바뀌었다.
애들은 카트라이더가 되고,
가상 현실 속의 용사가 되어, 상대방과 싸움을 하고, 상대방에게 총을 쏘고,
쬐그만 화면에 몰두하며 혼자만의 두뇌 게임을 즐긴다.
지금 생각하건데, 어렸을 때 했던 놀이중에 최고봉은 '나이먹기'라는 놀이였다.
20여명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엄청난 전략과 작전이 필요하고, 기억력이 필요하고, 계산력이 필요하고...
그러면서도 신체적인 능력 또한 우수하지 않으면 최고가 되기 힘들었던 놀이.
그런데 이런 놀이도 했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다들 그게 무슨 놀이냐고 묻는다.
우리만 했던 놀인가?
아무튼 나는 자식 생기면 초등학교 과정까지만 꼭 붙어서 왜 배워야 하고, 공부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사는데 필요할지 모르는 기본중의 기본...말 그대로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만 가르치고
맘 맞는 사람들이라도 모아서 줄창 놀게 할꺼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은 노는게 배우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