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도입부로 딴지일보의 나름 객관적이었던 2004년 서울시 버스 개혁에 대해서 링크하며 시작.

처음 2MB씨가 서울시 버스개혁을 한다고 나섰을 때, 현재의 호불호를 떠나서 개혁 자체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바이다. 체계가 없는 버스 번호, 대중 교통의 연계성 부족, 황금노선 이외의 만성 적자로 시스템상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소비자의 불편 등등. 개혁은 필요했고,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본다.

하지만, 효율성을 따지는 공대생의 입장에서, 버스 개혁은 '고민'이 부족했고, '토론'이 부족했고, '미래지향'이 부족했다. 2MB의 밀어붙이기식 (자신의 취임기념일에 맞춘 이벤트식 행정)이 아니라 '진짜 서울시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개혁을 수립하고 정책을 만들어 갔다면 굉장히 큰 업적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을 나서서 욕을 먹고(다들 약 5년 전, 7월 1일의 악몽을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도 욕을 먹게 생겼다.

당시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가장 큰 문제는 '1차선'을 이용한 버스 전용 차로제였고, 그 다음이 '버스 번호'의 생성 원리 였고, 그 다음은 버스의 디자인(GRYB=지랄염병으로 읽히던)이었다.


일단 1차선을 이용한 버스 전용차로제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평균 속도 향상을 목표로 도입된 제도이다.
실제로 이 제도의 도입으로 도심 버스의 평균 속도는 상당히 향상되었고, 이로 인해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도 꽤 정확하게 1분 이내의 오차로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핸드폰으로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을 알 수 있는 http://bakion.com/bus 와 같은 사이트도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고.
하지만, 공대생의 입장에서 당시 이해를 못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왜 하필 1차선이냐!!!
는 것이었다.

1차선을 버스가 독점해서 다니게 되면 버스는 우회전시 1차선에서 제일 바깥차선으로 차를 빼야 한다. 그 사이 다른 차들은 커다란 버스가 자기 앞을 가로막는 것을 ㅎㄷㄷ 거리며 지켜봐야 하고. 거기다 1차선으로 다니다보니 섬 형태의 정류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도 엄청난 세금 및 자원낭비가 아닐 수 없다. 시민들이 섬과 도로 바깥의 보도를 왔다갔다 해야 하는 위험도 항시 존재한다.

왜 제일 바깥차선으로 버스 전용도로로 만들고, 노선을 '우회전' 위주로 만들지 않았을까?
이렇게 하면 기존 정류장을 그대로 사용 가능하면서, 노선을 '우회전' 위주로 만들어 좌회전 신호에 상관없이 버스는 직진/우회전을 통해서 막힘없이 이동할 수 있다. 정 왼쪽으로 가야할 일이 있다면 ㅁ자 주행을 통해서 신호에 큰 신경 안쓰고 갈 수 있다. 뭐, 내부적인 사정이 있었겠지만, 순전히 공대생으로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버스 전용차로 시스템이었다. 


또 하나가 버스 번호 생성 원리이다.
지선과 간선의 도입으로 간선은 3자리, 지선은 4자리의 번호가 만들어 졌다.
서울시를 7개 권역으로 나누어 제일 앞의 두 번호는 버스의 시점과 종점을 나타내는 권역 번호를, 그 뒤의 번호는 노선에 따른 번호를 나타낸다고 했다. (자세한 정보)

1. 일단 권역을 나눴는데, 어느 구가 어느 권역인지 외우고 있기도 난감하고
2. 번호가 다 쓰이면 편법인 번호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도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버스 번호가
XXXA XXXX-B 와 같은 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편법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하는 것은 삽시간이다.

저런 편법 번호가 하나 둘 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 버스 개혁이 반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버스 디자인이다.

이건, 뭐 고민이 없었다는 대표적인 탁상 전시행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긴 버스를 타고 다녀 봐야 뭐가 편하고 뭐가 불편한지 알지-_-;;;

일단 최초의 버스 디자인은 정말로 지랄염병이었다.
영어로 차 옆에 '아무 정보도 줄 수 없는' GRYB를 붙이고 다니는 버스라니-_-;; 이건 뭐 한숨만 나온다.
차가 '어디를 거쳐서 가는지' 알 수가 없으니 사람들은 '주요 정류장'을 표시해 달라고 아우성이었고, 예전과 다르지 않은 버스 옆모습을 갖게 되었다. (주요 정류장이 써있는)

위에서 버스 번호랑 연계를 시키고 '디자인'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서울시'의 행정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GRYB를 써 놓을 자리에 서울시 지도를 그려 넣고 위의 권역을 색으로 구분한 후, 각 권역에서 버스와 지하철이 가장 많이 겹치는 곳을 점찍어 놓고, 버스의 운행 경로를 선으로 그려 넣었으면 어땠을까? 버스 옆구리만 보고도 자기가 가려고 하는 동네 근처로 가는지 확인 가능하고, 대략 어디서 갈아타면 편할지 쉽게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한글을 잘 못읽는 외국인 조차, 지도만 보고 대략 어디로 가는지 가늠할 수 있으니 서울 관광에도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뭐,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다른 좋은 아이디어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GRYB 디자인은 공공 대중 교통의 '정보'를 얻는 것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하는 것도 실패한,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들을 무시한 겉멋만 든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이라고 본다.


서울시 버스 개혁은 의도는 매우 좋은 시도였다. 2004년 7월 1일 전면 실시되는 이벤트를 지양하고, 각계의 아이디어(실제로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조금 더 모아서 준비했다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을텐데
역시나 '밀어붙이기'는 반짝 효과는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문제가 재발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B -A 차번호를 보면서 주절주절...

ps. 버스 디자인은 '공무원' 말고 좀 창의적인 아이들에게 맡겼으면 좋겠다. 노선표 디자인에서 차 옆구리 디자인까지 '보다 많은 정보'를 세련되게 표현할 많은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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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inu 2009/04/18 11:07 답글수정삭제

    취임 기념일에 맞춰 부랴부랴 준비하느라 오늘은 버스가 공짜에요- 하면서 창피하거나 말거나 bdu 입고 버스타고 일하러 가던 때가 생각나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간선/지선 개념을 말아먹고 예전의 꼬부랑 노선으로 자꾸만 돌아가고 있어서 씁슬합니다. A/B 형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겠네요.

    • mahabanya 2009/04/18 11:26 수정삭제

      지금 노선은 당최 개념이 없어졌다능...
      차라리 동서 남북 대각의 개념으로 큰 노선을 짜고
      해당 노선을 연계하기 위한 지선을 만들고
      지선을 보완하는 마을버스(순환버스) 개념을 섞었으면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체계가 잡혔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뭐, 다 이벤트, 사진찍기, 실적 남기기였으니 뒤에 맡은 사람들이 산으로 끌고 올라가는 것이야 당연하지요

  2. 갈매기영민 2009/04/18 13:16 답글수정삭제

    잘 다듬으면 좋을텐데...

  3. odlinuf 2009/04/20 22:53 답글수정삭제

    에잇 빌어먹을 탁상행정.

  4. 돌이아빠 2009/04/21 13:38 답글수정삭제

    탁.상.공.론.으로만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ㅡ.ㅡ;;;; 단 두글자 바꼈을 뿐인데 줸장 OTL

  5. 버스 번호 공감 2009/04/22 04:55 답글수정삭제

    예전엔 서울 곳곳의 버스노선을 다 외우고 다녔는데
    번호 싹 바꾼후론 집 앞 다니는 버스 하나 말고는 하나도 모르겠네요.

    번호를 저딴 식으로 바꾼 건 진짜 몇 년이 지나도 생각만 하면 열받는군요.
    버스 타본 적 없는 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버스로 통학, 출퇴근하면서 버스를 애타게 기다려본 사람은 알죠.
    저 멀리서 내가 탈 버스번호가 어렴풋이 보이는 게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근데 이건 뭐 1134, 1135, 1137, 1139 이딴식으로 붙여놓으면 어쩌라는거냐고!!
    이거 바꾼 놈들, 니네는 버스 안 타도 되니까 번호를 어떻게 바꾸든 상관없겠지만
    매일 버스타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한데.

    네자리라서 긴 데다가 앞에 두자리는 비슷비슷해서 식별가치도 없지 (누가 권역 외우고 다니냐? 엉?
    내가 갈 목적지가 중요하지 버스 출발점하고 도착점이 뭐가 중요해. 아 열받아. ㅡ.ㅡ
    대개의 시민은 기나긴 버스노선의 중간 일부만 이용한단다. 종점이 중요하지가 않아. 바꾼 놈들아!!)

    뒤에는 연속되는 숫자로 XX42, XX43, XX45, XX47, XX48 ...
    이렇게 뭐가뭔지 구분 안되는 버스가 오는게 좋겠냐
    15, 35, 270, 333 이렇게 개성있는 숫자의 버스가 오는 게 좋겠냐
    길어서 번호 외우기도 힘들어 죽겠어.

    예를 한 번 들어보면
    교장선생이 어느날 갑자기 자, 이제부터 우리학교는 가나다 순으로 반을 나눕니다.
    그래서
    1반 학생 출석부 이름이
    김민교, 김민규, 김민균, 김민귤
    김민도, 김민두, 김민듀,
    김민정, 김민주, 김민중, 김민줄
    김민하, 김민호, 김민효, 김민후

    이런 출석부로 이름 한 번 불러본다고 생각해보면 바로 알텐데.
    얼마나 끔찍한지.
    수업은 제대로 될까? 발표 한 번 시키려면 지금 누구 부른거야? 웅성웅성..
    지금 서울시 버스번호가 딱 이 모양인데.


    쓰다보니 열받아서 말투가 제멋대로네요. ;;
    버스번호의 '애칭화'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딸기'버스, '고래'버스 이런 식으로요.
    숫자 옆에다가. 그럼 외우기도 부르기도 알아보기도 쉽잖아요.

    • 요약 2009/04/22 05:15 수정삭제

      .
      .
      교장선생이 어느날 갑자기 자기 맘대로
      자, 이제부터 우리학교는 가나다 순으로 반을 나눕니다.
      그래서

      1반 학생 출석부 이름이

      김민교, 김민규, 김민균, 김민귤
      김민도, 김민두, 김민듀,
      김민정, 김민주, 김민중, 김민줄
      김민하, 김민호, 김민효, 김민후

      지금 서울시 버스번호가 딱 이 모양

      교장선생님, 교실에서 수업 안 받아 보셨어요?
      같은 반에 이름 비슷한 친구들이 많은 건 불편한 일이죠.

    • mahabanya 2009/04/22 12:07 수정삭제

      버스 타는 사람, 탈 사람, 탔던 사람의 의견을 좀 반영하고, 미리 바뀐 버스 시스템에 대해서 충분히 의견 교환을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은 위에서 작정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래도 실행하기 전에 많은 토론과 의견 교환은 충분히 하고 실행은 잽싸게...를 지향해야 하는데...

    • mahabanya 2009/04/22 12:11 수정삭제

      오히려 큰 틀을 그리려면 동서, 남북 선의 개념으로 지하철 등과 연계하여 간선 버스를 배정하고, 기존의 버스 운행 체계를 따르는 버스를 간선 버스에 이으면서 통합하고, 새로운 순환 버스를 지선 버스처럼 추가 하면서 운행 상황 봐 가며 기존 버스 노선을 조금식 수정/통합 해 나갔다면 혼란도 없으면서 장기적으로 괜찮았을 거라고 보는데 말이죠. 뭐 제 생각일 뿐이긴 합니다만;;

  6. jef 2009/04/24 12:48 답글수정삭제

    우측 전용차선이 아닌 도로 중앙 전용차선으로 방향이 틀어진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서울시의 주차공간 부족과 이로 인한 도로변 불법 주정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중앙차로로 결정되기 이전에 이와 관련한 시범 사업이 진행된 적도 있었기도 하구요. 강북구, 도봉구 지역에서 우측 전용차선을 운행하던 버스가 좌회전 하기 위해서 도로를 종단으로 가로질러 가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거리에서 약 50 ~ 100m 앞에 추가 신호를 둬서 버스가 좌측 차선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죠.

    어찌보면 포스팅 논지에서 아예 벗어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만, 서울시 대중교통의 가장 큰 문제는 궤도 기반 대중 교통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것을 버스로 땜빵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로 인해서 버스의 대수도 현 도로 시스템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기 시작하는 데다가, 이로 인해 정류장에서의 무질서한 정차 및 출발 문제, 배차 시간 준수의 어려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농후 등등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늘어나는 것이겠죠.

    • mahabanya 2009/04/24 13:08 수정삭제

      저도 바깥차선의 주정차문제가 1차선 전용도로로 튼 가장 큰 이유라고 들었습니다.(사실인지는 확인 불가^^)
      주정차 문제는 또다른 제도개선으로 해결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버스 노선 자체를 좌회전을 덜하도록(혹은 안하도록) 만들었으면 바깥차선 전용도로의 많은 문제가 해결 되었을거구요.
      뒷부분 의견은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지하철/전철을 최대한 이용하고, 궤도 모노레일같은 것을 도입했으면 합니다만(전기로 가니 재사용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발전하면 유지비도 별로 안들테고, 의외로 설치및 유지 보수도 어렵지 않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많은 일들이 내외부적으로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거라고 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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